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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스캐너 기능이 있는 복합기를 산덕에 매일매일이 사진 스캔질이다.

이것저것 필요한 이미지 들이라던가, 여러가지 사진들을 스캔하다가 엄마께 여쭸다.

옛날사진 중에서 사진으로 다시 뽑고 싶은거 없냐고.



엄마는 국민학교(엄마는 당연히 국민학교 세대이시다) 졸업사진을 다시 뽑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아....앨범 정리하다가 몇번인가 본 엄마의 국민학교 졸업사진....

누렇게 바랜 소설책 크기의 그리 크지 않은 사진이었다. 여기저기 접힌 자국과 이물질이 묻은듯한.




엄마가 덧붙여서 말씀하신다.

스캔해서 사진으로 뽑을때 넉넉하게 뽑아줬으면 한다고. 엄마 국민학교 동창 친구분들 중에

초등학교 사진이 없는 분들이 꽤 되신다기에 나는 알았다고 했다.

사진으로 뽑을것 이기에 최대한 해상도를 높혀서 최고품질로 스캔을 한 후, 낡은 부분과 찢어진 부분 등

을 포토샵으로 보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찢어진 부분만 수정하고 사진 톤을 바꾸고 끝내려고 했는데 확대를 해서 보니 작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손상이 간 곳이 많아 아예 졸업생 옷, 얼굴 하나하나 수정을 보기로 했다. 예정보다 시간이

좀 길어질 듯 하여 아예 천천히 하자고 마음 먹은 후...확대를 해서 찬찬히 구경하듯  살펴보는

그 사진. 40년전 아이들.




각각 표정도 다양하고, 생김새, 키, 옷차림도 가지각색이었다. 여학생은 단발머리에 남학생은 까까머리.

앗. 그 중에는 나도 잘 알고 있는 엄마 친구분들도 계시다. 어릴적 모습이 이러셨군....자세히 들여다보며

지금 모습과 비교해 보면 슬며시 웃음이나오는 것이 나의동창도 아닌데 이렇다면 당사자인 엄마는

사진속 친구들의 어릴적 모습을 보며 얼마나 즐거워 하셨을까 싶다.

내가 아는 엄마 친구분들 외의 사진속 아이들....온전히 잘 살아계시면(?) 엄마랑 동갑이실텐데...

다들 어떻게 변하셨는지 나까지 궁금해진다. 아니, 나의 동창도 아닌데!!ㅋㅋㅋㅋ




엄마가 사진을 보시며 일일히 나에게 설명해 주셨다. 한동안 잘 들을 수 없었던 들뜬 목소리로.

그중엔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사업에 성공하신 분들, 법조계로 나가신분들..평범한 가정주부이신 분들등
정말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계셨다. 사진속 나의 엄마가 '나의엄마'가 되는 시간동안 그들도 똑같은

시간동안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계셨겠지.



.
.
.
.



아..

그저 사진만 수정하면 되겠거니 했는데..이게 나로하여금 여러 생각들에 빠지게만들 줄은 몰랐다.




한눈에 들어온 나와 얼굴이 많이 닮은 어떤 소녀. 나의 어머니의 13살 모습이다.
 
놀랄정도로 지금 모습과 그대로다.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마우스를 잠시 놓고 엄마의 소녀시절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맞아.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아니었다.평소엔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던

국민학생 울엄마.




음..

엄마에겐 나라는 아이의 엄마로서의 인생만이 있어왔던게 아닌, 1살시절이 있고, 4살시절 13살 시절

20살 시절이 있는게 당연한데 나는 그걸 잊고 살아왔다.

나만 잊고 있었던게 아닌, 엄마 자신도 잊고 사셨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오래지나 이제는 잘 알아볼 수 없는 졸업사진속 얼굴들을 하나하나씩 잘보이게 수정 해 나가면서

어서 완성본을 엄마께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이 선명해 지면, 엄마의 어린시절 기억도 선명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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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깔깔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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