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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 시절의 나는 지방에 있는 큰댁에 놀러가는것을 놀이공원 가는것보다 훨씬 좋아했었다.





그곳엔 우리집에는 없는 넓~은 정원과 끝없이 펼쳐진 논과 밭, 나를 누구보다 예뻐해주고 챙겨주는 친척어르신들과 할머니, 친척언니 오빠들, 그리고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댁 어른들 뿐만 아니라 근처 살고계시는 집안 아저씨, 아줌마들도 날 이뻐해 주시고, 친척 언니들은 날 방에 데려가 화장놀이도 시켜주고, 예쁜 옷 입혀주며 재미있게 놀곤했다. 논에가면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개구리를 손에 놓고 주물럭 거리며 놀던것도 기억이 난다. 덜덜거리며 느릿느릿 굴러가는 경운기 드라이브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항상 명절이나 제사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몇밤 자면 시골가?'라는 질문으로 엄마 아빠를 귀찮게 해드리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내 머리가 점점 커가면서 큰댁에 내려가는 것이 점점 귀찮은 일이 되기 시작했다. 큰댁에 내려가도 구석 방에서 혼자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 게임, 티비보기등이 전부가 되었다. 같이 놀아주던 친척언니 오빠들이 성인이 되어서 나와 같이 놀기 어려워서 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힘들었던건 어른들의 한결같은 질문패턴이다.큰집에 들어서면 어른들이 날보자마자 하시는 말씀...
"아이고~00왔구나~" -> "키 많이 컸네~이제 엄마보다 크구나 ~" ->"몇학년이니?" -> "몇등해? 공부는 잘해??" 변하지 않는 질문의 패턴..
그러나 이것도 중고등학교 6년을 내리 들으니 어느정도 적응이 된듯 하였다.






그러나 문제의 고3....
명절이나 집안 행사때 기를쓰고 참석 안하려 했으나 "고3이든 뭐든 집안행사에는 꼬박꼬박 가야한다"는 부모님의 방침때문에 하지도 않을 공부할 책을 가방에 꾸역꾸역 넣으며 큰댁에 향하였다.
위와같은 질문 패턴이 이어진 후......고3이라는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질문' "어디 대학 갈꺼니?" 집안의 친척 언니오빠들은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에 간 사람들이 많은데, 어중간한 성적의 나로써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든 며칠을 보내고 난 후 겨우겨우 서울의 모 대학엘 들어간 나.






대학에 들어가니 또 들려오는 젤문공세들...
"어디 대학 무슨 과에 갔냐" 라는 어른들 물음에 00대학교 00과에 갔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들려오는것은 미적지근한 반응들이었다. 취업 잘된다는 나의 덧말엔 어느정도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그런질문을 듣는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나는 그 후로 똑같은 질문을 4년 더 들어야 했다(어른들은 참 잘 잊으시는듯....대학교 3학년때도 대학교 어디학교 무슨학과 들어갔냐는 질문을 들었어야 했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온 2008년 명절. 추석.
이번만큼은 정말 집에 있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곧바로 두다다다다 속사포처럼 따가운 소리가 들린다.
"니가 결혼하면 큰댁에 올수 있을것 같니? 시댁 가느라 친정에도 자주 못올텐데 큰댁에는 갈 수 있을것 같으냐. 결혼전이라도 열심히 다녀야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려가면 들을 질문들은 너무나도 뻔하다.

"졸업은 했니?" (동기들은 예전에 졸업했지만 나는 아직 졸업을 못했다.)
"애인은 있니? (없다..-_-)"
"어서 결혼해야지. 좋은신랑 만나서."(애인 없다니깐요...-_-)
"취직은 했니"(....제일 할말 없는 부분...저 휴학중이예요. 라고 말씀 드릴 수도 없고..)

후.....벌써부터 염통을 조여오는 느낌이다.
어렸을 때에는 명절을 참 좋아했는데....새로운 가족들도 생기고 없던 조카들도 한두명씩 생겨서 정말 좋긴 한데.....어느새 부터인가 명절이라는 단어는 기대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혼 후 내게 다가 올 명절이라는 단어는 어떤 느낌일까.
우선 중노동.....명절의 여자들은 가사 중노동이 제일 힘드니까.
돈빠져 나가는 구멍......양가 부모님 용돈에, 음식 장만에 집안 애들 용돈도 쥐어줘야 하고....


적어놓고 보니 명절이라는 단어는 정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하군..





Posted by 깔깔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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